이글루스 | 로그인  


운전, 도로에서의 '대화'

도로에서 운전을 하다보면 상당히 식겁하는 일들을 자주 당하곤 한다, 트위터를 하다가 운전면허 간소화에 관해서 살짝 이야기가 있길래 오늘 당한 일들이 문득 떠올랐다.

집에 오는 길에 뭔가 바이크가 이상한 감이 있어서 테스트겸해서 집쪽으로 안가고 그냥 달렸다. 집을지나면 내리막인데, 고가까지 조금 쏘며 테스트를 하고(그래봐야 125라 100도 안나옴), 고가를 내려오는데 앞에 버스가 살짝 들어올 기미가 보이고, 어차피 교차로에서 유턴해야하기때문에 3차로에서 살짝 감속하면서 차례차례 1차로로 진입했다.

그런데 그 곳이 고가를 넘어가면 바로 버스정류장이 있어서 4차선에서 바로 1,2차선으로 버스가 들어와서 좌회전을 하곤한다. 정류장과 교차로까지의 거리가 약 50m정도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1차로에 진입한다고 살짝 후방을 살피고 전방을 보는 순간 버스가 4차로에서 바로 1차로로 들어오면서 길을 전부 가로막은것을 발견했다. 내 속도는 60km. 거리는 약 30m. 즉, 내가 후방을 보는 2초정도의 순간에 훅 치고 들어온 것. 맞은편에 오는 차는 없었으나 간이 중앙분리대가 있어서 '대피'공간이 전혀 없었다. 버스와 3m정도 남기고 급정거.

시간이 6시경이고 내 진행방향이 정동쪽인지라 내 뒤로는 해가 있어서 햇빛때문에 후방시야가 살짝 안좋긴 했었다. 그래도 교통량이 많은 데 "설마 1차로까지 들어오겠어"라는 살짝 안일한 생각도 있었다. 2차로에서 충분히 좌회전 가능한 교차로기 때문. 심지어 그 버스는 교차로(5거리)에서 좌회전 해야할 각도도 깊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화가났다.

당연히 경적으로 온갖 분노를 표출하며 정지했고, 순간 피꺼솟 해서 욕이라도 한마디 하려다가 먼저 보내니, 비상등으로 미안함을 표시하고, 그래도 분이 안풀려 운전석 쪽으로 다가가니 손으로 미안하다는 제스쳐를 하길래 유턴하기 직전 가볍게 "피할 공간이라도 쫌 줘요-" 하고 말았다.

버스의 이런 운전은 솔직히 크게 뭐라하고 싶은 맘은 없다. 특히 이번상황은 어쩔 수 없는것이니까.(버스가 무리하기도 했고, 이런건 좀 안해줬으면 하지만.) 뭐 그 순간에 내가 위험하니 피꺼솟하는건 어쩔 수 없다손 쳐도 말이다. 그래도 버스는 양반인게 이런 실수를 했을 때, '무엇을 잘못했는지 안다'는 점이다. 부실하지만 사과도 받는다. 택시의 경우는 케바케인데(물론 버스도 케바케긴 하다) 역시 이쪽도 운전을 하다보면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고 어떤 피해를 줬는지 알기 때문에, 당했더라도 살짝 경적이나 라이트로 신경질을 내면 곧 형식적으로나마 사과한다.

택시나 버스등의 고렙(?)운전자들은 주변에 위험하거나 짜증나는 상황을 만들어도 자신들이 무슨짓을 했는지 잘 알기 때문에 그나마 양반인데, 문제는 속칭 '김여사'들이다. 물론 일부 남성 초보 운전자도 마찬가지긴한데, 이들의 문제는 뒤에서 신경질을 내도 '뭘 잘못했는지' 몰라서 다음 대처를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1차로에서 뒷차가 상향등을 키며 비키라고 할 때, 자신의 속도가 어떤지, 2차로로 빠질 상황인지 어떤지 판단해서 속도를 내던가 2차로로 빠져주던가 선택을 해야한다. 옆차선 차량이 깜빡이를 키고 들어오려고하는데 안전거리가 안나온다면 속도를 올려서 들어오지 말라고 할지, 아니면 살짝 속도를 줄이면서 양보를 해주던지 판단을 해야하고, 또 들어오려는 차는 그 의도를 읽어야하는데, 이것들이 안되는 운전자들이 상당히 '많다'.

도로에서의 운전은 '대화'이다. 방향지시등은 상대에게 내가 갈 길을 말해주는 것이고, 라이트(미등)은 '나 여기있으니 조심하소' 라는 뜻이다. 상향등이나 경적은 당연히 나의 존재를 '강하게' 주장하는 것이고. 이외에도 제스쳐는 많다. 앞차의 앞바퀴 움직임이나, 뒷차가 내 뒤에 바짝 붙는다거나 하는것들이 모두 '의미가 있는' 행동이다. 이런 제스쳐를 이용하여 대화하지 않고, 나 혼자서 멋대로 움직일 때. 사고로 이어진다.

요즘세상에선 단순히 차를 움직이는 운전은 말 그대로 개나소나 다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차를 움직이는 것에 관한 운전면허가 아니라, 운전면허는 운전 기술 뿐 아닌 도로에서 운전자와 운전자끼리 자동차를 통해 '대화'를 할 수 있을 때 발급해야한다. 대화를 할 수 없는 운전자가 도로에 나오면 그것은 곧 시한폭탄이다.

ps : 그리고 운전할 때 개인적인 철칙은 이렇다.
"도로에서는 아무도 믿지 말라. 나도 믿지 마라"

by tanato | 2014/04/08 00:44 | 횡설수설 | 트랙백 | 덧글(15)

트랙백 주소 : http://tanato.egloos.com/tb/5227358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이젤론 at 2014/04/08 01:01
운전은 흐름이자 대화이죠. 그런데 그걸 모르면.. Orz
Commented by tanato at 2014/04/08 22:27
orz... 의외로 모르는 사람이 많죠.
Commented by 미라스케 at 2014/04/08 01:17
운전면허가 아니라 '운전중 '대화'능력시험' 으로 바꿔야 한다는 말씀 같네요.
Commented by tanato at 2014/04/08 22:28
꼭 그렇다는건 아닌데, 도로흐름읽고 흐름에 맞추는 연습은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Commented by 잡가스 at 2014/04/08 01:42
"도로에서는 아무도 믿지 말라. 나도 믿지 마라"가 와 닿습니다.

실제로 운전을 시작한지 2년 되었으나 흐름을 잘 타는분이 있고 아닌분이 있고...
다른분들 때문에 사고 날 뻔 한 적도 많고 하지만,
[나도 저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 사각이라 못볼수도 있고 하는거니까요(특히 제 차가 후방시야가 좀 절망적).
Commented by tanato at 2014/04/08 22:44
늘 '나도 저럴 수 있다'는게 '나도 믿지 마라' 라는거죠 뭐. 'ㅅ')...
Commented by Jerry at 2014/04/08 09:29
버스나 택시가 대화를 잘한다라고 하기는 좀...
말씀하신 사례도 사과는 잘 했을지 몰라도 일 벌이기 전 주변과의 소통이 전혀 없었고.
차선 변경 전에 충분히 방향등 켜기등을 하는 것이 제대로된 대화일텐데, 그런 관점의 대화는 오히려 운전 절한다는 사람들이 더 안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말씀하시고자 하는 내용은 공감합니다.
저도 어제 뉴스보면서 와이프와 T코스를 넣느 것보다 상향등 켜는 법등 기본적인 자동차 조작을 하는지를 검사해야하지 않나하고 얘기했으니까요.
Commented by tanato at 2014/04/08 22:52
제가 겪은 상황에서 버스의 경우 깜빡이는키긴 했습니다. 그래서 그거 캐치하고 살짝 감속한거구요. 문제는 4차에서 1차로 들어오며 도로를 완전히 막아버린게 문제죠(...)

그거 잘 안하는 사람들이 있긴한데, 그래도 나름의 입장은 있고, 뭘 잘못했는지는 아니까 이해는 됩니다. 물론 당하는 순간은 크게 화나지만요(...)
Commented by 리오넬메시 at 2014/04/08 10:29
소통이 이 시대의 화두긴 하네요. 운전에서도 소통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이 너무 많아요. 차선 변경할때 깜빡이 넣어주는게 머 그리 힘든 일이라구...
Commented by tanato at 2014/04/08 22:54
그러게말입니다. 뭐 그렇게 급하게 차선을 바꾸려는건지..
Commented by sanChoiz at 2014/04/08 12:24
항상 도로 위에서 살다시피 하는지라, 공감가는 내용이 많네요..

확실히 기본적인 의사표시를 해 주는 것이 온당한 일이거늘,

그냥 틈만 나오면 들이 밀고, 양보해주면 뭐 지는 것 마냥, 양보해주기 싫어서 틈을 막느라 정신없고.. 그러면서 정체행렬이 길어지는 것을 보면 안타깝지요..

조금만 파고 들어가면, 자기는 대접받아야 하고 타인은 대접해 주기 싫다는. 널리 퍼진 양아치적 마인드가 문제인가봅니다..
Commented by tanato at 2014/04/08 22:55
그리고 그러다가 살짝 긁고 정체는 더욱 길어지고... orz
Commented by 울트라 at 2014/04/08 15:53
오늘 아침 출근길에 고속도로 2차선에서 달리는 중에 운전자와 조수석에 앉은 동승자가 뽀뽀를 하느라 속도가 갑자기 줄어들었던 앞차가 생각나네요... 도대체 왜 가다말고 속도까지 줄이면서 뽀뽀를 하는건지, 그것도 고속도로 한 복판에서... 미궁입니다...
Commented by tanato at 2014/04/08 22:55
'리얼충 폭발해라!' 라고 외치고 싶은 상황이네요. ㅋㅋ...
Commented by sanChoiz at 2014/04/09 16:28
저는 속도를 줄이지 않고서 (퍽...)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